중개인: 매상만 계산하는 사람
여기에는 주식 중개인, 시장 형성자와 브로커 모두를 포함한다. 이제는 이들 중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거래하는데 이런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언젠가는 증권거래소가 사라지게 되리라는 전망은 어렵지 않게 해 볼 수 있다. 브로커는 사무실에서 고객과 마주 앉아 상담하고 고객의 주문은 중개인에게 넘겨준다. 그들의 관심사는 새로운 거래를 발생시키기 위해 고객을 자극하는 일이다.
중개인과 브로커는 주식의 시세 차이를 통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로부터 받는 수수료로 돈을 번다. 중개인은 매도자와 매수자를 모아 연결하고, 수요와 공급으로 주가를 떠받친다.
머니매니저: 백만달러의 지배자
증권에 몸담은 두 번째 집단은 머니매니저이다. 여기에는 큰 투자 회사의 펀드매니저와 자산관리사 등이 포함된다. 그들은 백만 달러 이상의 돈을 주무른다. 그러나 그것이 그들 자신의 돈이 아니라 고객들의 돈이라는 점에서 중개인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머니매니저들은 성공을 보장하는 주식, 채권, 혹은 원자재를 가려내기 위해 분식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들의 성공률은 그다지 높지 않다. 왜냐하면, 그들 중에 시장을 잘 예측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자본가: 시장의 큰손
자기 재산을 가지고 증권 거래를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투자자라고 볼 수는 없다. 1백만 달러 이상, 아니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금융자본가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스스로 만든 사업체에 계속 깊숙이 관여하여 의결권을 확보하고 합병과 인수를 기획한다. 주식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경영진에 아주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경영 방침이 자신과 만지 않을 때는 경영진을 쫓아내기도 한다. 중요한 활동을 개시하기 전에 이들은 한동안 조용히 지낸다. 또 사업체를 만들 때는 필요한 자본 조달을 위해 주식시장을 이용하며, 어떤 회사를 지배하고 싶다면 주식을 사서 그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한다. 이들의 목표는 항상 모종의 거래이며, 그 매매는 전체 주식시장을 흔들 만큼 큰 영향을 끼친다.
차익거래: 이미 멸종하고 있는 거래
차익거래는 '공간상에서의 투자'이다. 오늘날 대부분의 투자는 '시간상에서의 투자'인데, 이는 오늘 사서 나중에 비싸게 팔거나 나주에 더 싸게 사기 위해 오늘 파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반대로 '공간상의 투자'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같은 사람에 한 지역에서 사고 다른 지역에서 파는 것을 말한다. 이때 통상적으로 부담하는 거래수수료보다 훨씬 많은 시세 차액을 얻는 것이 차익거래자들의 목표이다.
시간상 투자와 비교해 공간상 투자의 장점은 어떤 경우든 위험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두 지역의 증권시장 간에 상당한 차액이 있을 때만 그는 중개인에게 신청 주문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그 이익이 얼마가 될지를 잘 알고 있다. 그것을 위해 소액을 벌 수 있는 많은 기회는 포기하고 계속해서 시세를 관찰한다. 오늘날 이런 차익거래 투자자는 이미 거의 멸종했다. 오늘날에는 커뮤니케이션의 급속한 발달로 모든 정보가 동경, 런던, 프랑크푸르트, 뉴욕에서 동시에 공시되고 인터넷을 통해 안방까지 이미 들어가고 있다. 시세 차익은 매우 적고, 혹 차이가 있더라도 몇 초 안에 같아진다. 중개인은 증권시장 수수료 이의의 어떤 돈도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0.1퍼센트의 차이까지도 이용할 수 있으나, 오늘날에는 사실 서로 다른 두 시장 간의 시세 차익을 거의 발전할 수 없다.
단기투자자: 주식시장의 사기꾼
주식시장에서 없어지기는커녕 유감스럽게도 점점 더 커지는 집단이 있는데, 이들이 소위 단기투자자들이다. 단기투자자는 미미한 주가 변동만을 이용하고자 한다. 즉, 지수가 101 때 수식을 사서 103이 되면 팔아 치운다. 다음에는 또 지수가 90일 때 샀다가 91.5이 될 때까지 기다린다.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서 정확한 순간을 포착하기는 어렵다. 그가 그저 시세의 움직임만 따른다면, 그는 장기적으로는 망할 것이 틀림없다. 그는 진지한 숙고도 하지 않고 전략도 짜지 않는다. 그는 룰렛 게임을 하는 사람처럼 이곳저곳 왔다 갔다 할 뿐이다. 혹자는 내 말에 반박할지도 모른다. 그들도 나름의 차트와 컴퓨터 그로그램을 가지고 있고 그에 따라 사고한다고, 그러나 모든 컴퓨터의 프로그램은 그것을 만든 사람만큼만 영리할 뿐이다. 난 지금까지 80여 년간을 증권계에 몸담아 왔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한 단기투자자를 본 적이 없다.
주식을 사서 보관만 하는 장기투자자로만 시장이 이루어져 있다면 시장은 매우 비유동적일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단기 투자자는 이미 그 존재 가치가 있다.
장기투자자: 주식시장의 마라토너
장기투자자는 단기투자자와 정반대이다. 그들은 몇십 년 뒤의 노후 대책이나 후손들에게 유산으로 남기기 위해 주식을 사 놓는다. 그들은 주식의 시세 변화에 별로 관심이 없다. 그들이 장기적으로 주식에 투자한 돈은 그대로 주식 송에 남아 있으며, 불황이 와도 주식을 줄이기 위한 시도를 하지 않는다.
장기투자자는 우량 주식에 투자하며 모든 종목과 여러 나라에 골고루 투자한다. 그는 전망이 좋은 종목을 재빨리 사들이는 등의 시도는 하지 않는다.
장기투자자는 단기투자자와 다른 점이 많다. 단기투자자는 장기적으로는 항상 잃는 경우가 많지만, 장기 투자자는 언제 투자를 시작했든 장기적으로 이익을 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소한 예전에는 항상 그랬다. 왜냐하면, 주식은 하락하고 나면 항상 새로운 상승 기록을 세우기 때문이다.
장기투자자는 적은 액수의 돈으로 짧은 시간 내에 백만장자가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가능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워런 버핏은 장기 투자로 미국에서 두 번째 가는 부자가 된 사람이다. 그런데도 단기투자자들은 끊임없이 주식을 사고팔아야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직하게 말하라면, 난 여러분에게 장기 투자를 권하고 싶다. 장기투자자는 모든 주식 거래 중 최고의 결과를 낳는 방법이다. 단기투자자가 성공할 확률은 극히 낮다. 이 말을 믿고 그대로 행한다면 난 이 책을 아마 여기서 끝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놀이하는 인간'으로서의 본능이 숨어 있다. 사실 누가 나보다 이 투자의 재미를 더 잘 알고 있는가? 80년 동안 나는 세계 외환, 유가증권, 원자재 시장의 순종투자자였다. 시황을 분석하고 결과적으로 그 정단성을 인정받는 것은 사실 물질적인 보상 이상으로 내게 큰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므로 나는 이 투자자가 누구인지, 이 사람을 금융자본가, 장기투자자, 혹은 단기투자자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자 한다.
순종투자자: 장기적인 전략가
순종투자자는 단기투자자와 장기투자자의 중간쯤에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구분의 경계는 물론 분명하지 않다. 장기투자자들과는 반대로 순종투자자는 모든 뉴스에 흥미를 느끼고 있으나 단기투자자들처럼 모든 뉴스에 반응하지 않는다. 다만 뉴스가 너무 결정적이어서 자기 진단의 기초가 흔들릴 때, 그리고 기존의 판단과 위배될 때는 움직인다. 순종투자자는 X와 Y사이의 작은 흐름은 무시해 버린다. 그는 A에서 B로 움직이는 직선의 흐름을 따른다. 순종 투자자는 다양한 요소들을 염두에 두고 투자한다. 화폐와 신용 정책, 금리 정책, 경제 성장, 국제 사회에서의 위치, 무역 수지, 사업 보고서 등등, 그 결과 그는 매일매일의 뉴스에 관심은 많지만 별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그는 지적인 구조와 전략을 세우고 매일매일 일어나는 사건들과 이를 비교하고, 평가해 본다. 간단히 말해서 순종투자자는 옳든 그르든 독자적인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그를 단기투자자와 구분 짓는 결정적인 차이이다.
그가 가지고 있는 기기라고 해야 참 별 볼 일 없는 것들로 전화, 텔레비전, 인터넷 그리고 신문 등이 고작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만의 비결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바로 그가 행간 사이에 숨어 있는 그 무엇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그는 상관도 부하 직원도 없으며, 브로커나 은행원처럼 사람들에게 구태여 친절하게 인사할 필요도 없고, 신경질적인 고객을 달랠 필요도 없다. 그는 사람들을 설득해 어떤 것을 팔아넘기지 않아도 된다. 그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자기 뜻대로 사는 귀족과도 같아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그는 위험 부담을 안고 살아가며 마치 눈을 뜨고 자는 악어 마냥 항상 일상적인 위험에 익숙해져야 한다. 투자는 부와 파산 사이를 오가는 위험한 항해이다. 훌륭한 배란 무엇인가? 돈, 인내, 강인한 신경으로 무장한 배이다. 그럼 똑똑한 항해사는 어떤 사람인가? 경험이 풍부하고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발자크는 '우아한 인생'이라는 글에서 인간을 일하는 인간, 생각하는 인간, 아무것도 안 하는 인간의 세 종류로 분류했다. 순종투자자는 생각하는 인간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투자자란 아무 일도 안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투자자는 의사처럼 분석하고 진단한다. 진단 없이 의사는 처방할 수가 없으므로 진단은 매우 중요하다. 의사가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환자를 알아 가듯이 순종투자자는 금리 정책, 제정 정책, 세계 경제 등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총체적인 상을 구상해 최종 진단을 내려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의 참여 방식을 결정한다. 만약 의사들이 흔히 하는 말로, 병이 진단한 것과 달리 진행된다면 그는 다른 진단을 내려야 한다.
내 경험은 크나큰 손실을 겪으면서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자들 가운데 일생에 적어도 두 번 이상 파산하지 않은 사람은 투자자라고 불릴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증권거래소가 어두침침한 곳이긴 하지만 그곳에서 10여 년 이상 활동한 사람이 확실히 얼마 전에 들어온 사람보다 제대로 처신할 것임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투자에서 손실과 수익은 분리할 수 없는 동전의 앞뒤와 같고, 투자자의 일생을 쫓아다닌다. 조금 과장해서 묘사하면, 성공적인 투자자는 100번 중 51번 이익을 얻고 49번 손실을 본 사람이다. 주식 거래에서의 손실(-)은, 실은 경험상으로 보면 수익(+)이다. 이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현재의 손실이 충분히 상쇄딜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이때 수익은 손실의 원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연구했을 때 가능하다. 사실 수익보다는 손실을 본 경우에 분석이 훨씬 쉽다. 주식에서 수익을 얻으면 사람들은 자기 생각이 적중했다고만 생각하고 들뜨게 된다. 거기서 무엇인가를 배울 생각은 하지 않는다. 심각한 손실을 겪고 나서야 산건의 밑바닥으로 들어가 어디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진지하게 분석해 보게 되는 것이다.
실패에 대한 진지한 분석만이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는 유일한 방법이다. 결코, 경제학을 공부했다는 것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경제를 전공한 자가 증권거래소에 오려고 하면 무엇보다도 지난날에 죽어라 배운 모든 것을 완전히 잊어버려야 한다. 그것은 부담스러운 점이다. 경제학 전공자가 실물경제도 잘못 예약하는데 어떻게 증권시장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겠는가? 난 지난 25년 동안 대학에서 강연하면서 이 말을 수도 없이 했다. 강연장은 항상 80퍼센트 정도가 경영학, 경제학 전공자들로 꽈 찼는데 학생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을, 그리고 교수들은 씁쓸한 반응을 보였다.
경제학자들은 계산만 하고 생각은 거의 하지 않는다. 그들의 통계는 대부분 잘못된 것이며 그 통계 수치 뒤에 무엇이 있는지 거의 알지 못한다.
출처 : 김재경 옮김 (앙드레 코스 틀라니 지음) , 돈, 뜨겁게 사랑하고 차갑게 다루어라, 미래의 창), p47 ~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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